‘흙 냄새’인가? ‘풀 냄새’인가? 비 냄새의 정체
2020/02/12
오늘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는데요, 비 오는 날이면 우리의 온 감각이 살아납니다. 눈으로는 창문을 톡톡 두드리던 물방울을 보고, 귀로는 우산에 타닥타닥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, 또, 코로는 진한 자연의 향이 나는 비 냄새를 맡는데요, 여러분도 혹시 비 냄새를 맡아보신 적 있으신가요?
비가 내리면 흙 냄새 같기도, 풀 냄새 같기도 한 비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요, 특정 한 단어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, 마치 산림욕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냄새, 정말 비에서 나는 냄새일까요? 비 냄새의 정체 에 대해 함께 알아보시죠.
비 자체의 냄새는 없다
먼저, 비 자체에는 냄새가 없습니다. 그런데, 왜 많은 분들이 비가 내리기 전 특유의 냄새를 경험하는 걸까요?
호주연방과학원(CSIRO)의 연구원인 이자벨 베어Isabel Bear)와 리처드 토마스(Richard Thomas)가 비 냄새와 관련해 국제 과학 학술지 <네이처(Nature)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, 그들은 비 냄새를 ‘페트리코(Petrichor)라고 지칭했는데요, 페트리코는 바위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페트라(Petra)와 신의 혈관 속을 흐른 액체를 뜻하는 리코(Ichor)의 합성어입니다.
페트리코는 미생물 때문에 만들어진다
그런데, 뭔가 이상합니다. 비 냄새를 이야기하다가, 갑자기 ‘바위’와 ‘액체’가 왜 등장하는 거죠?
사실, 비 냄새와 바위는 큰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데요,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면, 동·식물이 죽은 다음에 흙이나 바위틈에 묻히고, 사체가 분해되며 유기물이 바위틈으로 스며듭니다. 그리고 공극(흙이나 바위틈)에 있던 유기물이 빗방울과 만나 퍼지며 페트리코를 만드는 것인데요, 이처럼 비 냄새는 ‘바위’에서 흘러나오는 기름 성분의 ‘액체’와 연관이 있다 하여, 바위를 뜻하는 ‘Petro’와 신들의 피를 뜻하는 ‘Ichor’를 따 페트리코라 이름을 붙였습니다.
이제, 비 냄새의 정체를 알았으니, 어떻게 비 냄새가 여러분의 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. 바로, 비가 내릴 때 만들어지는 '에어로졸(대기 중에 부유하는 액체나 고체상태의 작은 입자)' 덕분이었는데요, 빗방울이 바위나 흙과 맞닿았을 때 그 속에 존재하던 유기물과 미생물의 냄새 성분이 에어로졸을 통해 이동하게 되고, 우리 코에 닿는 순간 비 냄새가 나는 것입니다.
비가 내릴 때마다 킁킁 맡게 되는 비 냄새, 그 속에는 이렇게 작은 과학들이 존재했는데요, 오늘처럼 비가 내릴 때, 비 냄새에 한번 집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.
기사작성: 웨더뉴스 뉴스편집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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